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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이겼는데 왜 언론은 패배를 이야기하는가 — 6.3 이후 언론의 이중 잣대를 담담히 기록한다
카테고리: 시사·사회 | 작성일: 2026.06
읽는 시간: 약 10분
들어가며 — 이상하다는 감각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묘하게 이질적인 감각이 든다.
딱히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놀라운 것도 아닌데, 뭔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마치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현재의 풍경과 나란히 놓았을 때 오는 그 위화감 같은 것이다.
숫자는 분명히 올라갔다. 코스피가 5,000을 넘더니 어느 순간 8,000포인트 언저리를 넘나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3,000만 돼도 선진국 진입"이라던 논평들이 넘쳐나던 시절을 떠올리면, 8,000이라는 숫자는 그야말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코스피 8,000 보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숫자가 워낙 크다 보니 경제면에서는 다뤄졌다. 하지만 그 온도가 이상했다. 찬물을 끼얹는 분석이 빠르게 따라붙었고, 의미를 축소하는 논평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6월 3일 지방선거가 있었다. 결과는 여당의 압승에 가까웠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당이 이겼다.
그런데 선거 다음 날 신문 1면은 무엇이었을까.
야당의 참패 원인 분석? 야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 아니었다. 기사들의 초점은 빠르게 한 방향으로 쏠렸다. "이재명 지지율 하락", "역대 정권 중 최저", "레임덕 가속화". 선거에서 이긴 정권을 향해, 선거 다음 날부터 지지율 하락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이걸 기록해두고 싶었다. 화를 내려는 게 아니라, 그냥 있었던 일을 있었던 대로 남겨두고 싶어서. 코스피 8,000, 6.3 지방선거 여당 압승, 그리고 그 와중에 쏟아지는 지지율 하락 기사들. 이 세 가지를 나란히 놓는 것만으로도 뭔가 설명이 된다고 느꼈다.
이전 정권을 돌아보며 —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기억이 선명할 때 먼저 되짚어보자.
이전 정권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탄핵으로 끝난 정권이었다.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몇 가지 사건은 사실의 영역에 속한다.
외교의 실패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반복됐다. 국제 무대에서의 발언이 외신에 의해 조명되는 방식,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빚어진 잡음들, 그리고 그것이 실제 경제·안보 지형에 미친 파급효과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교적 고립"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경제 지표는 정권 내내 좋지 않았다. 물가는 치솟았고, 가계부채는 늘었으며, 부동산 시장은 혼란을 거듭했다. "경제 살리겠다"는 출범 초기의 약속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권 말기에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구속. 대통령이 구속된다는 사건은 어떤 의미에서도 정상적인 사태가 아니다. 헌정사에 굵직하게 새겨질 사건이었다.
이 모든 기간 동안 언론은 어땠는가.
물론 비판 기사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돌이켜보면, 주요 언론사들은 상당 기간 정권에 우호적인 논조를 유지했다. 실정을 다루더라도 톤은 유화적이었고, 긍정적인 면은 과장되어 포장됐으며, 잘못된 정책 결정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상황이 어렵다"는 식의 완곡한 표현들이 넘쳤다.
이 부분은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당시 헤드라인들을 지금 다시 꺼내 읽어봐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코스피 8,000 — 이게 작은 일인가
잠깐 이 숫자의 무게를 느껴보자.
코스피 8,000포인트.
코스피 지수가 처음 1,000을 넘긴 건 1989년이었다. 그후 20년이 지나서야 2,000을 넘었고, 3,000은 2021년이 돼서야 처음 달성됐다. 그 3,000도 당시 언론은 "역사적 기록", "주식 대중화 시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신호탄"이라며 뜨겁게 보도했다.
그런데 지금 8,000이다.
5,000도 아니고, 6,000도 아니고, 8,000이다.
주식 시장 지수라는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기업 가치의 총합이고, 투자자들이 미래에 대해 베팅하는 신뢰의 총량이며, 국가 경제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평가이기도 하다. 물론 지수 하나로 모든 경제를 판단할 수는 없다. 양극화, 자산 불평등, 실물경제와의 괴리 같은 구조적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게 "따라서 보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수 상승의 의미와 그 이면을 함께 다루는 게 제대로 된 저널리즘 아닌가.
그런데 언론은 코스피 8,000을 조용히 지나쳤다. 아니, 조용히 지나친 것도 아니고, 그 사이 공간을 "지지율 하락"으로 채웠다.
지지율이라는 숫자와의 싸움
여기서 오해가 없어야 할 것 같아서 분명히 하자.
지지율 하락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지지율은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지표고, 낮아지면 낮아졌다고 보도하는 게 맞다.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당연히 언론이 가져야 할 기능이다.
문제는 균형이다. 그리고 비교다.
같은 기간, 같은 잣대를 이전 정권에 적용했는가? 그때 지지율이 더 낮았을 때 "역대 최저"라는 비아냥을 똑같이 썼는가?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앞에 두고도, 외교 참사가 반복될 때도, 경제 지표가 악화될 때도, 그때도 이렇게 집요하게 파고들었는가?
기억하는 사람은 안다. 그러지 않았다.
지금 이 정권을 향한 보도의 집중도와 강도는, 이전 정권을 향한 그것과 명백히 다르다. 더 날카롭고, 더 빠르고, 더 집요하다. 물론 언론이 전보다 나아진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코스피 8,000 앞에서는 돌연 사라진다면, 그건 발전이 아니라 선택적 작동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 구조적 질문
이걸 단순히 "언론이 나쁘다"는 식으로 결론 내리고 싶지 않다. 그건 너무 단순하다.
언론도 조직이고, 조직에는 이해관계가 있다. 광고주가 있고, 독자가 있고, 정치적 후원 네트워크가 있다. 어느 정권이 광고를 더 많이 집행하는지, 어느 세력이 해당 매체와 친밀한지, 이런 것들이 뉴스의 방향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순진한 이야기다.
동시에 독자의 역할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클릭한다. 알고리즘은 그 클릭을 보고 더 자극적인 걸 밀어올린다. 언론사는 클릭을 먹고 산다. 악순환의 구조가 이미 오래전에 자리잡았다.
코스피 8,000 기사보다 "지지율 역대 최저" 기사가 클릭을 더 많이 받는다면, 언론은 후자를 선택한다. 이게 저널리즘의 위기이기도 하고, 정보 소비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자가 원한다고 해서 저널리즘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독자가 클릭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은 보도하는 것, 그게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 아닌가.
성과와 비판은 함께 살 수 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번 더 정리해두자.
나는 이재명 정권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정권도 완벽하지 않다. 비판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파고드는 것도 언론의 몫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냥 이것이다.
코스피 8,000을 달성한 사실은 사실이다.
그것을 보도하지 않거나 묻어두는 건, 사실을 덮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 정권의 실정에는 관대했으면서 현 정권의 성과에는 침묵하는 언론은, 공정하지 않다.이 세 문장이 지금 내가 느끼는 이질감의 핵심이다.
기록해두는 이유
우리는 생각보다 빨리 잊는다.
5년 전의 뉴스, 3년 전의 헤드라인, 작년의 경제 지표를 지금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은 그 망각 위에서 작동한다. 현재의 이야기를 현재의 프레임으로만 소비하게 만들면, 비교가 불가능해진다. 비교가 불가능해지면 이중 잣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걸 써뒀다.
코스피가 8,000을 넘은 시기에, 언론은 의미 축소에 바빴다.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다음 날, 언론은 야당 참패보다 지지율 최저를 이야기했다.
계엄과 구속이 있었던 시기에, 언론은 조용했다.
이 세 문장을 나란히 놓는 것. 그게 이 글의 전부다.
마치며 —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
결국 이 글은 언론 불신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언론을 더 잘 보기 위해서는, 언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떤 뉴스가 크게 다뤄지고 어떤 뉴스가 조용히 묻히는지, 그 패턴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 특정 매체를 맹신하지 않고, 여러 시각을 교차 확인하는 것. 그리고 숫자와 사실은 가능한 한 원본에서 확인하는 것.
코스피 차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차트를 어떻게 보도하느냐가, 언론이 하는 일이다.나는 앞으로도 이 두 가지를 나란히 볼 생각이다. 숫자와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 사실과 그것이 포장되는 방식.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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